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소리에 노출되었을 때만 소음성 난청이 생기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소음으로도 소음성 난청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최근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30대의 벤처 회사원 L씨의 하루를 보자. 아침 출근길에 L씨는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을 피하기 위해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여서 듣는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주변의 복사기, 프린터, 전화 소리 등 소음을 피해 장시간 헤드셋을 착용하고 업무를 본다. 퇴근 후에 찾은 헬스클럽에서도 볼륨을 높인 최신 가요를 계속해 듣는다. 귀가한 후에는 귀가 약간 어두운 어머니와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를 본다.
이렇게 하루 종일 귀를 혹사시키다 보니 L씨의 청력이 눈에 띄게 나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음성 난청이 생겼다. 현재는 주위가 조금만 시끄러워도 동행한 사람들과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악화되었다.
자기 목소리가 커진다고 지적 받으면 소음성 난청
소음성 난청의 초기 증상은 높은 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쇠를 깎는 소리, 소프라노 가수의 소리 같은 고음이 잘 들리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 알아채기는 어렵다. 일상생활 속에서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조금 더 발전하면 평상시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말소리가 점점 커지게 되고, 자꾸만 되묻게 된다면 소음성 난청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또한 자기도 모르게 TV나 라디오의 볼륨을 올린다거나, 영화관이나 공개방송, 연설회 때도 남보다 집중해야 소리가 제대로 들리게 된다.
이처럼 청력이 서서히 약해져서 의사소통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어 성격도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기 쉽다.
소음성 난청의 대표적인 증상 중에서 특히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명이다. 이명 클리닉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서 20~25% 정도는 소음성 난청이 원인이 되어 생긴 경우이다. 이명은 난청보다 환자들을 괴롭게 만드는 증상이므로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난청을 방치하면 장·단기적인 소음에 의해 귀의 평형기능 장애가 발생, 어지럼증이나 전신피로, 수면장애를 부를 수 있다. 순환기에도 작용해 고혈압, 소화장애를 초래하여 사무능력과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
85dB 이상 소음 노출 위험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귓바퀴에서 모아진 소리는 고막에 전달된다. 고막에서는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 귀 안쪽으로 전달하고, 이 진동은 귀 안쪽에서 다시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 청신경에 전달된다. 청신경에 전달된 신호는 신경을 따라 뇌에 전달되어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지만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문제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귀가 강한 소음에 노출되면, 주로 달팽이관의 고음을 담당하는 청각세포에 손상이 생겨 난청이 발생하게 된다. 아울러 심각한 소음이 아니라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음이라 해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난청이 생기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5dB 이상의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난청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85dB은 교통 정체시 발생하는 소음 정도이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집 안에서 듣는 소리는 난청을 유발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집에서 높은 볼륨으로 TV, 라디오를 들으면, 이는 지하철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특히, 시끄러운 록음악 등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이다. 자택은 물론, 이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장시간 일을 할 경우, 반드시 귀마개 등 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는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청력이 정상이라면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 정도는 들을 수 있다. 반면 옆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미 난청 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스스로 못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심해져서 비 오는 날, 바깥의 빗방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강한 소리, 꾸준한 소음은 피하는 것이 최선
‘소음성 난청’은 한번 악화되면 보청기를 끼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그러므로 젊은층에서 소음성 난청이 생기는 경우에는 증상을 빨리 알아차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평소 생활에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웅웅’거리는 소리, 귀의 통증, 귓속이 울리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바로 소음을 피하고 청력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다면 연 1회 정도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필수이다.
일단 소음성 난청 증상이 생겼다면 강한 소리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소음을 들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소음차단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사오정 체크 리스트>
·대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주변이 시끄러울 때에는 더욱 듣기가 힘들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TV를 볼 때 다른 식구들이 소리가 너무 크다고 불평한다. ·TV 보기도 싫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는 더욱 싫다. ·전화로는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이야기를 하면 혼란스럽다. ·여자나 어린이의 말을 더 못 알아듣는다.
※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난청에 대해 의심을 품어봐야 한다.
자료 제공＝미래이비인후과 송병호 원장 (02-512-6165 / www.imiraeclin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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