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르는 고통 ‘이명’원인, 예방은.. 평소 엠피3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인 대학생 최성철(22)씨는 토익을 준비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늘 이어폰으로 어학테이프를 들었다. 차량소음 등 시끄러운 주의 소리때문에 테이프가 잘 안 들릴까봐 소리를 크게 해놓고 듣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최씨는 집에 돌아와 귀에서 이어폰을 뺐는데, 귀 안에서 매미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또 오래 전화를 하고 난 뒤 또는 이어폰을 뺏을 때 귀가 먹먹하고 웅 하는 소리가 날 때가 자주 있게 됐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일시적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이야기할 때도 왜 그렇게 크게 말하느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고 주변이 조금 시끄러운 식당이나 강의실에서는 이야기를 놓칠 때가 종종 있었다. 증상이 그치지 않자 최씨는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청력검사 결과 고음 청력이 감소한 소음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이미 난청으로 잃어버린 청력을 약이나 수술로 다시 찾을 방법은 없다”며 “최씨의 경우 더 나빠지지 않게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듣지 말고 소음이 심한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난청이 더 심해지는 경우 보청기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씨는 허탈한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최씨와 같은 사례는 소음에 노출되는 기회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진 가운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명(귀울림) 현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난청이 함께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어폰 고음 등 소음에 일시적으로 노출됐을 땐 귀가 멍멍해지며 소리를 잘 못듣게 되며 귀가 울리는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일시적 청각 피로로 1~3일 정도 조용한 환경에서 쉬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상태로 또다시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라는 불치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명 증상은 전체 ***의 30% 정도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며 5%는 이명으로 인해 고통받고, 1%는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노인층의 경우 이명은 약 3분의 1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고, 이 가운데 20%는 치료를 요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명은 겉으로는 아무런 장애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자 스스로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래 지속되면 난청을 부르는 것은 물론, 불면증, 신경과민에 빠지기도 한다. 이명과 난청의 관계는 어느것이 먼저 발생하느냐를 놓고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이명 환자는 대부분 난청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병원을 찾는 이명환자들의 경우 10명 가운데 9명꼴로 난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력이 정상인 사람은 10~26데시벨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청력이 손상되기 시작해 40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 때까지는 본인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명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26~40데시벨의 소리를 듣기 어려운데도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안에서 매미, 바람, 기계 소리 등 이상한 소리가 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환경부 조사로는 2003년 3분기 전국 도시의 전용 주거지역과 일반 주거지역의 밤 시간 소음이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준치 이상이었다. 또 평소 지하철과 도심 속 소음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난청을 일으킬 수 있는 기준치 이상이다. 송병호 미래이비인후과 원장은 “이렇게 가속화시켜 이명이 조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현재 이명환자의 20~25%는 소음성 난청에 의해 이명이 생긴 경우”라고 말했다. 이광선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시 인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은 노래방, 엠피3, 나이트클럽 등 소음 노출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이 생기는 원인은 소음성 난청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이명은 주로 귀에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데, 달팽이관은 소음 때문에 가장 많이 상하지만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약물 복용에 의한, 난청, 교통사고나 외상에 의한 내이 손상, 중이염 등에 의해서도 손상을 입는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약제 가운데는 아스피린이나 항생제 계통(스트렙토마이신, 네오마이신, 카나마이신) 및 이뇨제(푸로세마이드)등이 이명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남용을 절대 피해야 한다. 달팽이관에 직접적 손상이 없어도 이명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귀 안에 있는 여러 거나, 청신경에 종양이 생기거나, 심한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이라는 특수한 질병에 걸렸을 때에도 이명 증상이 나타난다. 귀 근처 혈관을 지나는 혈류 속도가 빨라져서 심장박동 주기에 따라 쉭 하는 소리가 나는 이명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중년 여성이 빈혈에 걸리면 산소 공급을 위해 혈류가 빨리 흘러 이명이 될 수 있다. 고막이 터졌을 경우엔 밖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반면에 이전에 듣지 못했던 심장박동 등 몸 안의 소리를 잘 듣게 돼 이명 현상이 나타난다. 귀지가 많이 생겨 귓구멍을 막을 경우에도 밖의 소리를 못 듣는 대신 몸속 소리가 들려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일을 하는 한 증권 딜러가 이명 현상이 나타난 뒤 전화상담 때 고객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일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이 딜러는 검사 결과 청력에는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의사한테서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밖에 고막에 물이 고였을 때도 귀가 안들리는 한편, 부수적 증상으로 이명이 나타날 수 있고, 목 천장의 근육이 수축하는 병이 귀에 영향을 미쳐 이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도움말 = 이광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호기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송병호 미래이비인후과 원장
귀울림 조기치료 중요..정신병 취급 마세요 이명 환자가 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명이 그 자체로는 죽을 병도 아니고 고질병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이명은 대부분의 경우 잠자는 데 불편을 주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조기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난청을 부를수 있을 뿐이다. 이명은 최근 ‘이명 재훈련,이명습관화’ 치료법이 개발돼 대부분의 이명 환자가 호전을 보일 정도로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기도 하다. 이 치료법은 이명환자 스스로 이명 증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정기적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일부 환자나 이명환자의 주변 사람들은 이명 증상을 무슨 정신병적 한 증상으로 오해하는 수가 많은데, 이런 편견은 환자 본인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증대시키고 없던 정신과적 문제를 발생시키고나 이명의 만성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때문이다. 이명 재훈련 치료법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단계는 상담요법을 통해 이명이 발생하는 기전과 원인을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와 자율신경계가 어떻게 이명을 심하게 하는지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이명과 동반된 불안과 우울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두번째 단계는 소음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소음기를 사용함으로써 ‘습관화’라는 작용에 의해 중요하지 않은 소리를 걸러내는 뇌의 과정을 촉진시킨다. 소음기는 넓은 주파수에 걸쳐 실제 이명보다 작은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줌으로써 이명을 인식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이명의 습관화에 의한 치료방법은 성공률이 높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 방법이지만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이 12개월내지 18개월 정도로 길고 소음기라는 장비를 이용하므로 환자와 가족의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재훈련 치료의 대상이 아닌 이명은 청신경 종양처럼 이명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질환을 정확하게 찾아내 치료하는게 중요하다. 중이염, 고막천공, 고혈압과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와 근육 경련,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이 이명을 일으킬수 있다. 청신경 종양은 서양인에서는 발생빈도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명 환자 1천명에 1~2명꼴로 나타나는데, 외과적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감마나이프 시술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