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빙빙’ 도는 어지러움이 생기면 다들 빈혈부터 생각한다. 병원을 찾은 환자도 “어디가 불편해서 왔어요?”라고 의사가 물으면 대번 “빈혈이 있는 것 같아서 왔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피검사를 해보면 대부분 빈혈은 발견되지 않는다.
어지러움증의 80%는 우리 몸의 평형기능을 맡고 있는 귀의 이상에서 온다. 더욱이 염증이나 뇌종양 등 뚜렷한 원인 없이 특정 자세나 체위에서 어지럼움이 생긴다면 증세의 원인은 대부분 귀에 있다. 이를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러움’이라고 한다. 귀에서 평형기능을 맡고 있는 내이(內耳)의 전정기관 기능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어지러움은 흔히 특정 자세에서 유발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가장 자주 생기며, 하늘을 쳐다보거나 고개를 들 때, 앉았다 일어날 때, 돌아누울 때 등의 상황에서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서울 두리 이비인후과 임현호 원장은 “과거 중이염이나 내이염, 뇌진탕 등의 경험이 있었던 환자들에게서 체위성 어지러움이 흔하다”며 “한번 어지러움이 생기면 계속 누워만 있을려고 하고 그러면 평형기능에 대한 자극이 없어 평형감각을 계속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보상작용은 점점 떨어져 어지러움은 악화된다”고 말했다.
어지러운 증세에 대한 진정제 등의 약제도 근본적인 치료는 못된다. 약물치료는 일시적으로 증세를 좋게 하는 효과는 있으나, 환자의 자세나 움직임을 둔화시켜 자생적인 평형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 경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전정재활 운동법이다< 사진1 >. 평형기능을 맡고 있는 전정기관의 배열이나 위치가 흐트러져 있을 때 어지러움이 유발되는 데, 고개를 일정한 방향으로 돌려주어 이를 제위치로 복귀시켜주는 원리이다.
서울 미래 이비인후과 박현민 원장은 “가장 흔한 체위성 어지러움은 한 번의 자세 운동으로도 증상이 깨끗이 없어지기도 한다”며 “귀의 평형기능(전정기능)을 강화시키는 재활훈련과 병행하면 어지러움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어지러움이 있는 모든 사람이 전정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어지럽고 구토가 나는 급성기를 지나 수 일 또는 수 주의 시간이 지났어도 어지러움이 지속되는 경우에 큰 도움을 받는다. 재활치료의 필요성 여부는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결정된다. 어지러움의 원인이 전정기관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형기능 강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운동에는 테니스·배드민턴 등이 있다. 눈으로 어떤 물체를 보고 움직이거나, 평형을 유지하며 목표를 정확히 맞추려는 노력을 연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운동이 좋다. 실내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벽에다 고무공을 던지고 되받는 것을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반면 수영은 전정기능이 약화된 사람이나 어지러움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운동이다. 물에 의한 부력으로 중력을 감지하기가 어려워 어지러움이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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